[2류 국가, 2류 인재] ⑥이민청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와 필요하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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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ii research
이민청이 필요한 산업군은 국내 인력이 부족한 부분을 자본력, 지식 상품으로 메울 수 없는 영역에 한정해야
문화적, 언어적 격차가 낳을 장기적인 사회적 충격이 낳는 비용 대비 이득이 더 큰 인력에 한정할 수밖에 없어
이민자 본인의 역량에 함몰되지 말고, 사회적 필요에 초점 맞춘 정책 설립해야

요즘 인구 절벽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한국도 인력 부족 국가가 되는만큼, 이민청을 설립해 해외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유럽이 이민자들을 받다가 각종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는데다, 심하게는 자국의 정체성도 잃어버리는 상황까지 간 것들 보고도 똑같은 행동 양식을 답습할 필요가 없다는 반박도 있다.

이민자 수용을 찬성하는 측에서도 이민자들 중 기술력을 갖춘 인력은 받아주더라도 단순 임금 노동자는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고, 한국에서 가장 심각하게 인력이 부족한 영역이 단순 임금 노동력인만큼, 저기술, 저숙련 노동자라는 이유로 선을 그어서는 안 된다는 반박을 내놓는 분들도 있다.

이런 종류의 사회 문제는 항상 1개의 완벽한 해결책이 있는 경우가 드물고, 주어진 상황과 목적에 따라 적절한 선택지가 달라질텐데, 이번 시리즈 글에서 반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노동력, 지식력, 자본력의 관점에서 위의 문제를 살펴보자.

Tier 123
Tier 123

인구가 2배로 늘어난다면 ≠ 이민자로 인구를 2배로 늘린다면

인구가 2배로 늘어나면 우리나라의 생산성은 2배로 늘어날까? 이론적으로는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산술적으로 그렇다고 표현해야 이론 모델을 잘못 세워서 나온 오류 때문에 이론이 틀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아래의 식을 보자

  • $Y$ = $v \cdot H^{\alpha} \cdot K^{\beta} \cdot M^{\gamma}$

그간 활용해 온 $H$라는 노동력, $K$라는 지식력, 그리고 $M$이라는 자본력이 각각 Y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데이터 기반으로 알아보기 위해 세운 간단한 식이다. 이 때 $\alpha$, $\beta$, $\gamma$는 각각 $H$, $K$, $M$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지표고, 이전 글에서 설명한대로 식을 조금 변형하면 굳이 무거운 딥러닝 계산 없이 간단한 회귀분석으로 값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은 OECD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서 $\alpha$, $\beta$가 모두 낮은 편이고, $\beta$은 일반적인 개발도상국들보다 조금 더 높은 편이다.

인구가 2배로 늘어난다고 했을 때,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면 $H$가 $2H$로 바뀌게 되는데, 위의 수식을 따르면 $Y$값이 $2^{\alpha}$배로 늘어난다. 노동력을 얼마나 잘 쓰고 있는지에 따른 비중만큼 생산력이 더 증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모든 조건을 동일하게 유지한 상태에서 인구를 2배로 늘릴 수 있을까?

국내에서 인구가 갑자기 순식간에 2배로 늘어나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제쳐놓더라도, 인구가 2배로 늘어나게 되면 그 인구가 생산가능연령에 진입할 때까지 각종 사회적 변화가 뒤따른다.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가 자식들을 낳고 학교에 보내기 시작하자, 1970년대 후반 출생자부터는 오전반, 오후반을 나눠가며 초등학교를 다녀야 했다. 인구가 늘어나도 공교육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더불어 ‘먹고 사는 입’이 늘어나는만큼 상품 생산력도 2배로 늘어나야 자원을 둘러싸고 사람들 사이의 경쟁이 덜 치열해지는데, 1980년대 후반부터 노태우 정권은 주택 200만 호 건설을 목표로 대규모 아파트 건설 바람을 일으켜야 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활 반경이 2층 집 주택이 아니라 고층 아파트로 변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다.

한국은 그래도 무사히 인구 2배 폭증을 견딘 축에 속한 나라인데, 아프리카에 1가구 당 자녀를 10명씩 낳고 있는데 한국의 농사 짓던 시절처럼 사회 인프라를 지원해주기 힘든 상황들을 보면, 인구가 늘어나면 $K$, $M$으로 압축되어 표현된 다른 조건들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국가 출신의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인구 2배 증가를 감당하기 위해 각종 사회적 고통과 도전이 뒤따르는데, 만약 해외 이민자들로 그렇게 인구를 2배로 늘린다면 어떻게 될까?

이질적인 노동 생산성이 낳는 비효율성

한국이 인구 2배 증가를 감당하는데 성공했는지는 간단한 논의가 아닌데, 예전 도시-농촌 간 격차, 요즘 수도권-비수도권의 격차가 크다는 표현들을 위의 수식으로 옮겨보면

  • $Y_{S}$ = $v_{S} \cdot H^{\alpha}_{S} \cdot K^{\beta}_{S} \cdot M^{\gamma}_{S}$
  • $Y_{J}$ = $v_{J} \cdot H^{\alpha}_{J} \cdot K^{\beta}_{J} \cdot M^{\gamma}_{J}$

로 정리할 수 있다. $S$는 수도권, $J$는 지방을 뜻하는 약칭이다.

수도권의 사회 인프라를 지방에서 따라갈 수가 없는 부분은 $M$의 절대값과 $\gamma$의 상대값이 달라지는 부분으로 압축할 수 있다. $K$와 $\beta$가 다른 부분은 교육 접근성과 실제 성적 같은 값으로 어느정도는 측정이 가능하지 않을까?

같은 논리를 한국인과 이민자로 확대해보자.

이민자 중에서는 한국보다 더 선진국에서 더 많은 사회적 자본, 물적 자본, 인적 자본을 겪으며 성장하신 분들도 있을 수 있고, 6·25 전쟁 직후의 한국만큼이나 열악한 상황에서 성장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위에서 한국이 선진국, 개발도상국들에 비해 $\alpha$, $\beta$ 값이 다르다는 지적을 했던 것에서 추론이 가능하겠지만, 문화적, 언어적 격차 같은 부분을 제외하고라도 이민자의 출신 국가에 따라 그 분들 개인이 갖고 있는 내재적인 $\alpha$, $\beta$값이 한국인과 같기는 매우 어렵다.

지방 학생이 서울에 와서 적응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쓰는 것이 본인의 $\alpha_J$, $\beta_J$가 서울 지역에서 기본 값으로 받아들여지는 $\alpha_S$, $\beta_S$와 다르기 때문인데, 그나마 문화적, 언어적 격차가 적은 탓에 추격 난이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다. 나 자신이 지방 출신이었기 때문에 이런 적응에 실패하는 경우를 은근히 많이 봤고, 유사한 도전을 영국, 미국으로 유학가면서, 심지어는 스위스에 SIAI라는 대학교를 세우면서도 겪었다. 아예 지식 베이스가 달랐고, 그 분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내용과 한국에서 알고 있던 내용 간의 격차는 매우 컸기 때문이다.

비슷한 상황을 해외 이민자들이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일터를 찾을 때에도 겪을 것이다. 한국을 $K$, 해외를 $F$라고 쓰면, $\alpha_F$, $\beta_F$가 한국보다 높은 곳에서 오신 분들은 한국이 매우 열등한 국가로 보일 것이고, 반대로 낮은 곳에서 오신 분들은 자기 혼자 힘으로 그 격차를 메워넣어야 한다. 겪어보지 않은 분들 눈에는 문화적, 언어적 차이가 훨씬 더 커보이겠지만, 고급 교육 과정을 밟고, 직장을 다니다보면 우리가 무의식 중에 지나갔던 평균 인적 자원의 역량과 사고방식, 사회적 자본의 역량과 쓰이는 방식 차이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귀국 후 그간 한국 사회가 IT개발자들의 코딩을 AI전문 지식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내가 매우 황당해했던 것은 아주 작은 예시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렇게 값이 바뀐 상태를 수식으로 바꿔쓰면,

  • $Y_{K}$ = $v_{K} \cdot H^{\alpha}_{F} \cdot K^{\beta}_{K} \cdot M^{\gamma}_{K}$

로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H^{\alpha}_{F}$≠$H^{\alpha}_{K}$이기 때문에 $Y_K$값이 달라지는 것을 넘어, $K$와 $M$의 적절한 비중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한국에서 각각의 비중이 50%, 25%, 25%였는데, ${\alpha}_{F}$가 50%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에 전체 100%를 채워넣기 위해 $\beta$와 $\gamma$값이 조정되어야 한다. 노동자의 효율성일 떨어지면 팀 전체가 희생을 하거나, 회사가 돈을 더 쓰거나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좀 더 현실적인 사례를 들면, 일 잘하는 직원이 있을 때는 회사에서 인건비를 1명에게만 주고, 딱히 사원 교육에 신경을 안 써도 됐는데, 그 직원이 퇴사하고 신입을 뽑았더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먹고 일 처리 속도도 느리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새 직원을 뽑는 것도 대안이 되겠지만, 업무를 2~3명에게 분담시키려고 추가 인원을 뽑고, 교육을 위해 각종 비용을 더 지출하는 경우가 더 흔할 것이다.

이민청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와 필요하지 않은 이유

위의 논의를 확장하면, 이민청을 통한 인력 수입이 매우 필요한 곳과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영역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일반적인 논의는 저숙련 노동력을 배제하고 고숙련 인력들 중심으로 이민을 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 분들이 한국을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는 부분은 다른 글에서 논의하기로 하고, 이런 식의 관점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싶다.

이민자라는 이름의 추가 노동력이 필요한 곳은

  • 현재 $H$가 빠르게 감소하는데
  • $K$와 $M$으로 메워넣을 수 없고
  • ${\alpha}_{F}$가 ${\alpha}_{K}$를 추격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 인력

을 모을 수 있는 산업군이다. ${\alpha}_{F} >{\alpha}_{K}$라면 굳이 추격하실 필요가 없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인데, 그 분들은 자신의 생산성을 포기하면서까지 한국을 선택해야 할 인센티브가 부족하니 다른 글에서 논의하자.

저런 격차를 추격으로 따라잡는데 가장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인력이 동년배의 지방 출신이 서울에 와서 적응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K$와 $M$의 수준이 비슷한 나라 출신들이 역시 $\alpha$의 격차를 빠르게 메울 수 있을 것이다. 아마 $K$, $M$ 격차가 크면 클 수록 한국사회에서 적응 못하는 경우가 더 늘어날텐데, 심지어 단순 노동인데도 불구하고 일과시간 내내 열심히 일하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몇몇 동남아 국가 출신들, 중동 국가 출신들의 사고 방식 차이가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겠다. 키보드를 독수리 타법으로 치는 노인 인구가 노동력으로 재진입하기 힘든 이유도, 그 분들은 지금 세대와 $K$, $M$이 다른 시대에 교육을 받으셨기 때문인데, 어쩌면 노인 인구를 재교육 시키는 것보다 이민자가 더 빠르게 $\alpha$의 격차를 메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격차를 빠르게 메울 수 없는 산업군에서는 해외 인력들 위주로 $K$와 $M$, 그리고 $\beta$와 $\gamma$를 직접 고칠 수 있는 경우에나 이민자를 뽑는 것이 유의미하다.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 변형을 하느니 차라리 이미 $K_F$, $M_F$, ${\beta}_{F}$, ${\gamma}_{F}$가 완성되어 있는 해외에 가서 사업을 하는 편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것이다.

이민자 본인이 한국을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하거나, 한국의 개별 기업들 별로 사정이 있겠지만, 정책 결정자 입장에서는 위의 논리에 따라 필요 산업군을 골라서 선별적으로 이민자를 받아야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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