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벤처투자액 감소폭↓, 일각선 ‘하반기 회복론’도 솔솔

벤처투자 시장, 비대면·바이오 거품 빼면 ‘상승세’ ‘하반기 회복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근거는 없어 중기부 “2020~2022 버블 시대와 비교해선 안 돼, 시장 충격 대비할 것”

오기중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VC 간담회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액은 약 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9% 감소했다. 금리 인상 여파와 실물경기 둔화의 영향이 이어진 탓이다. 다만 최악의 감소세가 이어졌던 1분기와 비교하면 감소폭이 줄어들어 저점은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신기사의 투자가 지난해 하반기 대비 소폭 증가하면서 투자시장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벤처투자액 전년 대비 41.9% 감소했지만

10일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는 ‘2023년 상반기 벤처투자 및 펀드결성 동향’을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액은 4조4,44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7조6,442억원 대비 41.9% 감소했다. 투자를 유치한 벤처·스타트업의 숫자도 1,781개로 22.7% 줄었고, 기업당 투자 유치 금액은 33억원에서 25억원으로 8억원 감소했다. 이는 중기부 소관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와 금융위 소관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의 투자실적을 모두 더한 규모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지난 1분기와 비교하면 상황이 호전됐다는 평이다. 지난 1분기까지만 해도 창투사의 신규 투자는 8,815억원으로 전년 대비 60.3% 감소했고, 신기사의 신규 투자 역시 8,615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2분기에 들어서면서 투자 위축세는 다소 완화되기 시작했다. 2분기 창투사 신규 투자 실적은 1조3,226억원, 신기사 실적은 1조3,791억원으로 각각 50%, 60% 증가했다. 업계 안팎에서 벤처투자 시장이 서서히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란 기대를 갖는 이유다.

이 같은 변화는 전 세계 주요국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 같은 기간 미국 벤처투자는 856억 달러(약 113조1,375억원)로 46%, 중국은 247억 달러(약 32조6,410억원)로 35% 감소했지만 두 국가 모두 2019~2020년 상반기보다는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의 비대면·바이오 분야 버블이 걷히기 시작했음을 고려하면 추세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기부에 따르면 2021~2022년 벤처투자액은 14조4,000억원으로 작년 2개년 대비 5조9,000억원 늘었는데, 증가세 중 81%인 4조8,000억원이 비대면·바이오 관련 업종에 투자됐다. 올해 상반기 투자 감소분 1조9,000억원 중 83%가 비대면·바이오 투자에서 발생된 만큼, 해당 분야를 제외하면 상승세가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는 업종별 투자 편중이 완화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정부는 “하반기 회복될 듯”, 업계는 “올해는 힘들 듯”

정부는 올해 하반기면 벤처투자 시장이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벤처투자가 회복세를 보이며 업계 전반으로 회복세가 확산될 것이란 주장인데, 업계 일각에선 하반기 회복론도 불투명하다는 비관적인 의견이 나온다. 투자가 장기간 끊겨 폐업을 고민하는 벤처·스타트업이 적지 않은 데다 확실한 BM을 발굴하지 못한 업체는 그간의 투자금으로 간간이 연명하고 있는 수준인 만큼 회복세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통계에서도 하반기 회복론에 대한 수치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상반기 투자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건수는 584건, 투자 금액은 2조3,226억원이었다. 작년 동기 투자 건수(998건)와 금액(7조3,199억원) 대비 각각 41.5%, 68.3% 급감한 수준이다. 월별 투자 유치액은 5월(8,214억원)을 제외하면 매달 3,000억원 안팎에 머물렀고, 또 이 시기 1,000억원 이상 대규모 투자 유치는 3건에 불과했다.

업계 내에선 올해보단 내년 초 벤처투자 시장이 다시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 또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인한 투자 관망세 증가 △코로나19 등 변동 요인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 등 요인으로 올해 내엔 회복이 힘들 것이란 견해를 내놓고 있다. 최근 일부 콘텐츠·딥테크 분야를 제외하고는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점도 시장 정상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출처=중소벤처기업부

정부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 없어, ‘정상화 과정’의 일부”

다만 정부는 현 상황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중기부는 “최근 미국 SVB 사태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 또한 벤처투자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미국, 이스라엘 등 벤처투자가 각각 30.9%, 40.7%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지난 ‘벤처 버블 시대’와 현 상황을 비교해선 안 된다는 언급도 나왔다. 2020~2022년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기 시작하자 시중 자금이 갑자기 벤처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벤처투자 시장에 거품이 잔뜩 낀 시기였단 설명이다. 중기부가 ‘정상 시기’로 꼽은 때는 2019년이다. 중기부는 “당시 연간 벤처투자 규모는 약 4조2,000억원인데, 지난해 투자 실적을 이 시기와 비교하면 나쁘지만은 않다”며 “지금은 너무 과열됐던 분위기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정상화 과정에서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여러 방안들을 내놓겠단 계획이다. 중기부는 “다운텀(하향기) 시기가 길어지거나 투자 감소 폭이 커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플럭츄에이션(fluctuation·변동)을 줄이면서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 민간 투자 회복세가 확실히 관측될 때까지 만이라도 모태펀드 증액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논의도 천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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