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시장 자금 쓸어모으는 SW·보안주, 릴레이 흥행은 ‘거품’인가

SW·보안 종목의 IPO 시장 활주, 희망공모가액 웃도는 공모가 줄줄이 확정 기대주 한싹까지 코스닥 데뷔, 첫날 주가 폭등하며 시장 유행 재입증 주가 미끄러지는 선두 주자들, 부족한 기술력에 ‘거품’ 우려 커져


SW(소프트웨어) 및 보안 분야 종목들이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줄줄이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정보보호산업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을 공개, 관련 분야에 2027년까지 1조1,000억 규모 지원을 약속하면서다.

하지만 화려하게 상장한 이들 기업의 주가는 최근 나란히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보안주 흥행이 ‘거품’이라는 우려마저 일고 있다. 시장에서는 국내 SW·보안 기업들이 단순히 ‘유행’에 기대 상장할 것이 아니라, 먼저 자체 기술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SW·보안 종목 연달아 IPO 흥행

올해 증시에 상장한 SW·보안 관련 종목은 CRM(고객관계관리) SW 기업 오브젠부터 사이버보안 전문기업 시큐레터까지 총 12곳에 달한다. 이들 종목은 IPO 과정에서 약 2,390억원을 조달했으며, 오브젠, 토마토시스템, 씨유박스 등 3개사를 제외한 9개사가 당초 제시한 공모가 밴드의 상단 혹은 상단을 웃도는 선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눈에 띄게 흥행에 성공한 종목은 △모바일 보안 솔루션 기업 시큐센 △산업용 XR(가상현실) 솔루션 기업 버넥트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개발사 엠아이큐브솔루션 △모빌리티 및 비(非)모빌리티용 4D 이미징 레이더 개발사 스마트레이더시스템 △악성코드 탐지 보안 솔루션 개발사 시큐레터 등이다. 이들 기업은 공모가 밴드 상단 대비 13~25% 높은 가격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이처럼 시장에 ‘보안 열풍’이 일자 후발 주자들도 줄줄이 IPO 시장에 뛰어들었다. 앞서 8월에는 AI 기반 올인원 세금 신고 온라인 플랫폼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 비상장이, 7월에는 3D(3차원) 의료영상 기반 에듀테크 기업 쓰리디메디비젼 비상장이 각각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바 있다. 지난달 8일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 플랫폼을 만드는 유라클 비상장이, 같은 달 14일에는 양자 보안 솔루션, AI 기반 IoT(사물인터넷) 통합 보안관제 솔루션 등 사업을 영위하는 노르마가 상장 예심을 청구했다.

사진=unsplash

기대주 ‘한싹’ 4일 상장, 첫날 주가 급등세

4일에는 SW·보안 기대주로 꼽히는 한싹이 코스닥 시작에 첫발을 내디뎠다. 한싹은 지난 9월 20일까지 진행된 공모주 청약에서 1,437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기록, 증거금 3조3,685억원을 끌어모았다. 공모가액은 기존 희망공모가액(8,900~1만1,000원)을 웃도는 1만2,500원 선에서 확정됐다. 가격을 제시한 기관 투자자 중 99.8%(가격 미제시 포함)가 희망공모가액을 넘어서는 금액을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한싹에 시장 이목이 집중된 원인은 탄탄한 실적에 있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한싹은 2023년 상반기 5억9,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2022년 상반기 무상출연 등으로 인해 13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셈이다. 지난 4개 분기의 당기순이익은 41억원 수준이며, 공모가(1만2,500원) 기준 시가총액은 680억원 언저리다. 주가수익비율(PER)은 16.3배로 샌즈랩(55배), 모니터랩(142배) 등과 비교하면 적정가액이라는 평이 나온다.

한싹보다 먼저 상장한 샌즈랩, 모니터랩, 시큐레터 등 유사 기업들은 모두 한싹 대비 실적이 저조한 편이었으나, 나란히 시가총액 1,000억원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들 종목은 상장 이후 주가가 눈에 띄게 미끄러진 현재까지도 한싹의 2배에 달하는 높은 평가를 받는 중이다.

시장에서는 한싹이 이들 기업 대비 준수한 매출‧순이익, 낮은 시가총액을 앞세워 코스닥 시장에서 흥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실제 상장 첫날인 4일 오전 11시 기준 한싹 주가는 시초가 대비 156% 급등한 3만2,000원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사진=한싹

정부 지원에 기댄 흥행? 자체 기술력 제고해야

SW·보안 관련주 흥행의 배경에는 ‘정부 지원’이 있었다. 지난달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 2022년 16조원 규모인 국내 정보보호산업을 2027년까지 30조원 규모까지 육성하는 ‘정보보호산업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을 공개했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예산 1조1,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대규모 정부 자금 투입 소식에 투자 수요가 몰렸고, 관련 기업이 줄줄이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IPO 시장이 국내 보안 기업 수준을 고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국내 사이버 보안 시장은 올해 약 2조5,000억원 규모로 글로벌 시장의 100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자체 보안 솔루션을 보유한 국내 기업이 극소수인 만큼, 글로벌 보안 시장 ‘대세’로 꼽히는 클라우드형 SECaaS(Security as a Service) 역시 국내 시장에서는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는 추세다.

국내 보안 기업은 전통적인 보안 기술 및 인프라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주요 보안 상품과 서비스 역시 대부분 내수용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채로 좁은 국내 시장 수요를 일부 기업이 ‘나눠 먹는’ 구조인 셈이다. SW·보안 IPO 흥행이 ‘거품’이라는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확실한 시장 성장을 위해서는 IPO 자금을 활용한 재투자가 충분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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